왕이 지켜야 할 도리
[르무엘의 잠언]
성 경: [잠 31:1-9] 르무엘 왕의 말씀한 바 곧 그 어머니가 그를 훈계한 잠언이라
2) 내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내 태에서 난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서원대로 얻은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3) 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며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행치 말지어다
4) 르무엘아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고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며 독주를 찾는 것이 주권자에게 마땅치 않도다
5) 술을 마시다가 법을 잊어버리고 모든 간곤한 백성에게 공의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
6) 독주는 죽게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7) 그는 마시고 빈궁한 것을 잊어버리겠고 다시 그 고통을 기억지 아니하리라
8)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9)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간곤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잠 31:1] 르무엘 왕의 말씀한 바 곧 그 어머니가 그를 훈계한 잠언이라 -
유대 전승은 여기 르무엘을 솔로몬으로 그리고
그를 훈계하고 있는 어머니를 그가 애굽 아내의 궤계에 빠져서
아침 제사 드리기를 지연하였을 때 그를 충고하기 위하여
밧세바로부터 온 충고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솔로몬과 르무엘을 일치시키지 않고
르무엘을 이방의 왕으로 보고 있다(A.P.Ross).
그런가 하면 르무엘을 이상적인 왕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견해도 확실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으며,
다만 분명한 사실은 본 구절을 미루어 볼 때,
본 잠언은 국사(國事)를 수행 중에 있는
왕 혹은 젊은 방백을 특별히 겨냥한 잠언이라는 사실이다.
[잠 31:2] 내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내 태에서 난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서원대로 얻은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할꼬
본 구절의 원문 직역은
'나의 아들아 무엇이냐? 나의 태의 아들아 무엇이냐?
나의 서원의 아들아 무엇이냐?'이다.
여기서 '나의 아들'이란 표현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것은 사랑의 마음에 대한 강조적 표현이다.
여기 '서원의 아들'은 사무엘과 삼손을 생각나게 하는데
이들의 어머니들은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결심의 기도,
곧 서원을 통하여 이들을 얻었다.
[잠 31:3] 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며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행치 말지어다
다음과 같은 의미의 구절이 된다.
즉 '왕들을 멸망시키는 너의 길들, 곧 여인들에게 너의 힘을 주지 말라.‘
여기 힘을 준다는 것은 애정이나 관심을 주다가 결국에는
그 상대와 성적 관계를 갖는 자리에까지 이르는 것을 암시한다. (Toy).
성경뿐 아니라 고대 근동 문학에서도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의
문란한 관계에 빠지는 것을 매우 위험한 일로 지적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후궁을 취하고 싶은 유혹은
왕이나 지도자급에 있는 자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유혹이라 할 수 있다.
[잠 31:4] 르무엘아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고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며 독주를 찾는 것이 주권자에게 마땅치 않도다
본 구절이 반복을 통하여 강조하고 있는 바는,
왕은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독한 술을 마시고 만취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독주를 즐겨 마시면 그 자체로서 실수를 수반하기 마련이며,
나아가 이것은 각종 향락과 쾌락 추구에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운명을 맡은 왕에게 있어서는
각종 실정(失政)의 원인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한편 당시 독주는 보리나 꿀 혹은 대추야자 따위로 만들었다.
즉 보리나 대추야자에 꿀을 담아 발효시킨 액이 독주였다.
[잠 31:5] 술을 마시다가 법을 잊어버리고 모든 간곤한 백성에게 공의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
본 구절의 교훈은
오고 오는 모든 세대의 모든 지도자들이 새겨야 할 바이다.
왕의 권력이 막강하였던 고대 근동의 경우도 이 사실은 마찬가지였는데,
한 왕이 그의 아들에게 주는 교훈을 모아놓은 어떤 왕실 교훈집에도
공의를 집행하는 것은 왕의 의무 중의 하나임을 분명히 적고 있다.
'땅 위에 있는 동안 공정하라 .... 과부를 압제하지 말라.
부를 보고 사람을 높은 자리에 앉히지 말라.
너 자신을 위해서도 불의하게 재판하는 일을 금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의 위치는 법을 왜곡시키거나
파괴하는 유혹을 받기 쉬운 자리인데
특히 독주를 마시고 판단력이나 분별력이 흐려질 때 더욱 그러하다.
[잠 31:6] 독주는 죽게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 죽게 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하는 자 – 이들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가운데 있는 자들을 가리키는데,
(삼상 1:10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본 구절은 술이
그와 같은 형편에 있는 자들의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며
회복시키는 효력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유대 관습에 따르면
슬퍼하는 자에게는 포도주 한잔을 건네 주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십자가형을 당하는 죄수에게
그 육체적 고통을 잊게 하기 위하여 독주를 마시게 하였던 사실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익히 알려진 바이다.
(마 27:34 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아니하시더라;
시 69:21 저희가 쓸개를 나의 식물로 주며 갈할 때에 초로 마시웠사오니).
[잠 31:7] 그는 마시고 빈궁한 것을 잊어버리겠고 다시 그 고통을 기억지 아니하리라
6,7절은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육체적, 정신적 고통 가운데 있는 자에게 술을 주어
그 고통을 잊게 하라는 것이 그 골자이다.
그러나 이를 냉소적 의미로 보아야할 것인지
아니면 긍정적 의미로만 이해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 구절들만 떼놓고 보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4,5절과의 연관성 속에서 보면 냉소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잠언이 고통당하는 자들을 위한 잠언이 아니라
왕 혹은 그 부류에 있는 지도자들을 위한 잠언임을 중시할 때
왕의 지나친 음주를 은근히 비꼬는 구절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잠 31:8] 너는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 벙어리 - 문자 그대로의 '말 못하는 자'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하여 말할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자'를 가리킨다.
본 구절의 의미는 다음의 9절에서 좀 더 분명해진다.
[잠31:9]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간곤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 간곤한 자와 궁핍한 자 - 문자적인 뜻도 각각 '가난한 자', '딱한 자'인데
이들은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 신분적으로도 비천하여
억울한 일이나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특히 여기서는 억울한 사법상의 어려움을 당하고도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자를 뜻하는데
8절의 '자신을 위하여 말할 수없는 형편에 있는 자'란 바로 이런 의미이다.
왕에게는 바로 이런 자들을 도울 의무가 있는데
그 같은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대목으로는 삼하14:4-11;왕상 3:16-28을 들 수 있다.
(삼하 14:4-11 드고아 여인이 왕께 고할 때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가로되 왕이여 도우소서
5) 왕이 저에게 이르되 무슨 일이냐 대답하되 나는 참 과부니이다 남편은 죽고
6) 아들 둘이 있더니 저희가 들에서 싸우나 말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저가 이를 쳐 죽인지라
7) 온 족속이 일어나서 왕의 계집종 나를 핍박하여 말하기를 그 동생을 죽인 자를 내어 놓으라 우리가 그 동생 죽인 죄를 갚아 저를 죽여 사자 될 것까지 끊겠노라 하오니 그러한즉 저희가 내게 남아 있는 숯불을 꺼서 내 남편의 이름과 씨를 세상에 끼쳐두지 아니하겠나이다
8) 왕이 여인에게 이르되 네 집으로 가라 내가 너를 위하여 명령을 내리리라
9) 드고아 여인이 왕께 고하되 내 주 왕이여 그 죄는 나와 내 아비의 집으로 돌릴 것이니 왕과 왕위는 허물이 없으리이다
10) 왕이 가로되 누구든지 네게 말하는 자를 내게로 데려 오라 저가 다시는 너를 건드리지도 못하리라
11) 여인이 가로되 청컨대 왕은 왕의 하나님 여호와를 생각하사 원수 갚는 자로 더 죽이지 못하게 하옵소서 내 아들을 죽일까 두려워 하나이다 왕이 가로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네 아들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왕상 3:16-28 때에 창기 두 계집이 왕에게 와서 그 앞에 서며
17) 한 계집은 말하되 내 주여 나와 이 계집이 한 집에서 사는데 내가 저와 함께 집에 있으며 아이를 낳았더니
18) 나의 해산한 지 삼일에 이 계집도 해산하고 우리가 함께 있었고 우리 둘 외에는 집에 다른 사람이 없었나이다
19) 그런데 밤에 저 계집이 그 아들 위에 누우므로 그 아들이 죽으니
20) 저가 밤중에 일어나서 계집종 나의 잠든 사이에 내 아들을 내 곁에서 가져다가 자기의 품에 누이고 자기의 죽은 아들을 내 품에 뉘었나이다
21) 미명에 내가 내 아들을 젖 먹이려고 일어나 본즉 죽었기로 내가 아침에 자세히 보니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니더이다 하매
22) 다른 계집은 이르되 아니라 산 것은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은 네 아들이라 하고 이 계집은 이르되 아니라 죽은 것이 네 아들이요 산 것이 내 아들이라 하매 왕 앞에서 그와 같이 쟁론하는지라
23) 왕이 가로되 이는 말하기를 산 것은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은 네 아들이라 하고 저는 말하기를 아니라 죽은 것이 네 아들이요 산 것이 내 아들이라 하는도다 하고
24) 또 가로되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의 앞으로 가져온지라
25) 왕이 이르되 산 아들을 둘에 나눠 반은 이에게 주고 반은 저에게 주라
26) 그 산 아들의 어미되는 계집이 그 아들을 위하여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왕께 아뢰어 가로되 청컨대 내 주여 산 아들을 저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하되 한 계집은 말하기를 내 것도 되게 말고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 하는지라
27) 왕이 대답하여 가로되 산 아들을 저 계집에게 주고 결코 죽이지 말라 저가 그 어미니라 하매
28) 온 이스라엘이 왕의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저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특히 삼하 14:1-11을 보면
왕은 가난한 과부에게 은총을 베풀기 위하여
관습상의 절차까지도 무시하는 열의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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