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淨化)
성 경: [눅 19:45-48] 성전에 들어가사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46)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니라
47) 예수께서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니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꾀하되
48) 백성이 다 그에게 귀를 기울여 들으므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더라.
[눅 19:45] 성전에 들어가사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 성전에 들어가사 - 이야기가 많이 비약되고 있다.
즉 성 밖에서 갑자기 성전 안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옴으로써
마가가 전하는 보다 세세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마가는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다시 성 밖으로 나와 머문 후
다시 들어가 성전 숙정(肅整)작업을 했다고 묘사하나,
누가는 이같은 행적을 생략하고 있다.
(막 11:11-15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가사 모든 것을 둘러 보시고 때가 이미 저물매 열두 제자를 데리시고 베다니에 나가시니라
12)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 시장하신지라
13)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 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14) 예수께서 나무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15) 그들이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며)
한편 본 구절과 다음절에 묘사된 성전 숙정사건은
요 2:13-22의 사건과는 별개의 것이며,
(요 2:13-22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14)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15)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16)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
17)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18) 이에 유대인들이 대답하여 예수께 말하기를 네가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1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20)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21)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22)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
마 21:12,13과 막 11:15-18만 평행되는 내용이다.
(마 21:12-13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고
13)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막 11:15-18 그들이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며
16) 아무나 물건을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17) 이에 가르쳐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매
18)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듣고 예수를 어떻게 죽일까 하고 꾀하니 이는 무리가 다 그의 교훈을 놀랍게 여기므로 그를 두려워함일러라)
▶ 장사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시며 - 누가는 성전 숙정(肅靜) 사건을 간단하게 묘사하고 있다.
즉 환전상이나 비둘기파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나
예수께서 의자를 둘러엎어 분노를 표시했다는 말도 없다.
그러나 당시 성전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방인 구역에서 상인들이 희생 제사를 위한
제물용 짐승이나 필요한 기름, 포도주 등을 팔았다.
그리고 유대인 남자는 1년에 반세겔의 성전 세금을
유월절 때에 성전에 납부해야 했는데,
이때 당시 통용되던 헬라, 로마 또는 수리아나 애굽의 화폐를
세겔로 바꾸어주는 환전상이 영업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영업을 허가해 준
종교 지도자와 상인이 야합(野合)하여
비싼 가격으로 짐승을 팔고 환전 수수료를 고액으로 받아내었다.
때문에 성전은 뇌물 수수의 장소, 장사꾼의 장터가 되고 말았다.
이같은 성전의 상황은 당시의 종교적 부패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었다.
예수는 이같은 상황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눅 19:46]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니라
▶ 기록된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 사 56:7의 인용구이며
세 복음서 모두 이 말을 인용하고 있다.
(사 56:7 내가 곧 그들을 나의 성산으로 인도하여 기도하는 내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며 그들의 번제와 희생을 나의 제단에서 기꺼이 받게 되리니 이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
기도한다는 것은
절대자 하나님을 향한 가장 기본적 예배의식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성전이 기도처가 못 된다는 말은
곧 성전의 종교성이 상실되었으며,
하나님과 상관없는 곳이 되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앞 구절의 상황 묘사처럼,
더 이상 성전이 아니라,
부패의 온상이며 위선과 욕심의 투기장이 되고
장사꾼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 렘 7:11의 인용구로서
세 복음서가 공통되게 인용하고 있다.
(렘 7:11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이 집이 너희 눈에는 도둑의 소굴로 보이느냐 보라 나 곧 내가 그것을 보았노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사실 성전이라 함은
종교와 정치가 하나로 연결된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사회에서는 나라 전체를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온 민족의 정신적 지주요 종교적 핵심인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강도의 소굴이라고 선언한 예수의 발언은
결국 정치 지도자를 포함하여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旣存)의 권위 체계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41절에서 예수가 비통해하며 울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종교의 타락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41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즉 예루살렘이 멸망의 길을 갈 수 밖에 없고
평화의 길을 알지 못하는 것은
종교의 중심인 성전이 강도의 소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예루살렘을 구하는 길은
모두가 회개하여 성전을 기도하는 집이 되게 하는 일이다.
이는 오늘날의 교회가
과연 민족과 세계의 평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강도의 소굴로 전락하고 말았는지를 묻게 하는 충격적 말씀이다.
또한 예수처럼 살기로 고백하며 예수의 길을 가는 기독교인이
타락한 교회를 향해 강도의 소굴이라고 외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게 하는 말씀이다.
[눅 19:47] 예수께서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니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꾀하되
▶ 예수께서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니 – 앞 구절에서 보여준 예수의 파격적 언행에 이어
예수는 성전 안에서 매일 가르침을 행했다고 묘사하는 바,
이는 예수의 호된 비난과 공격 대상이
성전 자체가 아니라 성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종교적 부패상(腐敗狀)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한편 예수의 그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집권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은
성전 안에 가르침을 들으러 몰려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48절 백성이 다 그에게 귀를 기울여 들으므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더라).
▶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 예수를 제거시키려는
구체적 음모가 비로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수 살해 결의의 결정적 원인은
성전에서 행한 예수의 언행이
자신들에 대한 치욕스러운 모욕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지만,
대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수의 언행과 민중들에 대한
예수의 영향력 때문에 예수를 제거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5:21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생각하여 이르되 이 신성 모독 하는 자가 누구냐 오직 하나님 외에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6:2 어떤 바리새인들이 말하되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느냐;
11:53-54 거기서 나오실 때에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거세게 달려들어 여러 가지 일을 따져 묻고
54)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책잡고자 하여 노리고 있더라;
13:14 회당장이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 고치시는 것을 분 내어 무리에게 이르되 일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그 동안에 와서 고침을 받을 것이요 안식일에는 하지 말 것이니라 하거늘).
여기서 언급되는 '백성의 지도자들'이란
장로가 아니면 산헤드린(Sanhedrin)의 어느 한 분파일 것으로 보인다.
[눅 19:48] 백성이 다 그에게 귀를 기울여 들으므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더라.
▶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더라 - 지도자들은 예수를 당장 제거시키고 싶었지만
예수의 가르침에 몰려든 많은 사람들 때문에 어떻게 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때가 유월절이 가까와져서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모여들었을 것이고
특히 갈릴리 지역에서 예수의 활동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성전을 충만하게 채웠을 것이고
반대로 종교 지도자들은 위기감에 쫓기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열심당(Zealots)의 활동을 두려워했던 그들은
지방으로부터 열심당원들이 유입되어
예수와 함께 민중 봉기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해서
사태의 긴박감을 절감하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예수를 죽이려는 음모는
집권자들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사적으로 진행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예수께 대한 적대감이
정치적, 종교적 양 측면 모두에서 한껏 고조되어
바야흐로 촉발(觸發) 직전의 뇌관(雷管)과도 같은 상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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