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이 해야할 일을 알려주는 나오미
성 경: [룻 3:1-5] 룻의 시모 나오미가 그에게 이르되 내 딸아 내가 너를 위하여 안식할 곳을 구하여 너로 복되게 하여야 하지 않겠느냐
2) 네가 함께 하던 시녀들을 둔 보아스는 우리의 친족이 아니냐 그가 오늘 밤에 타작 마당에서 보리를 까불리라
3) 그런즉 너는 목욕하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입고 타작 마당에 내려가서 그 사람이 먹고 마시기를 다하기까지는 그에게 보이지 말고
4) 그가 누울 때에 너는 그 눕는 곳을 알았다가 들어 가서 그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우라 그가 너의 할 일을 네게 고하리라
5) 룻이 시모에게 이르되 어머니의 말씀대로 내가 다 행하리이다 하니라.
[룻 3:1] 룻의 시모 나오미가 그에게 이르되 내 딸아 내가 너를 위하여 안식할 곳을 구하여 너로 복되게 하여야 하지 않겠느냐
▶ 안식할 곳 - 이 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마노아흐'는
'안식', '안식처'로 번역되는데,
일반적으로는 '평화스럽고 안정된 생활 여건'을 의미한다(Keil).
이와 같이 본 구절에서 사용된 '마노아흐'는 과부가 가정을 가지는 것,
즉 남편을 얻음으로써 안식을 누리게 되는 것을 암시한 말이다(Rosenmuller).
사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소외당했던 계층 중 하나인 과부들은
남편을 얻음으로써 남편의 보호하에서 평안함과 안식을 누릴 수 있었다.
(1:9 여호와께서 너희로 각각 남편의 집에서 평안함을 얻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그들에게 입맞추매 그들이 소리를 높여 울며).
[룻 3:2] 네가 함께 하던 시녀들을 둔 보아스는 우리의 친족이 아니냐 그가 오늘 밤에 타작 마당에서 보리를 까불리라
▶ 오늘 밤에 타작 마당에서 보리를 까불리라 - 당시 팔레스틴의 타작법은 다음과 같았다.
즉 일단 보리단을 편편한 평지(타작 마당)에 펴 놓은 후
도리깨로 골고루 조심스럽게 두들겨 보리나 밀의 낟알들이 떨어지게 한다.
그리고는 낟알에 섞인 지푸라기나 보리 수염 등을 없애기 위해
그것을 바람에 까불리는 작업을 한다.
즉 타작마당에 떨어진 곡식 낟알들을 대충 주워 모아 공중에 던져서 까불리면
바람에 의해 지푸라기나 보리 수염 등은 날아가고
곡식 낟알들만 마당에 떨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 곡식 낟알들만을 모아 자루에 퍼 담으면 일단 타작 행위는 끝난다.
따라서 당시 타작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람이 불어 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보리 타작할 즈음인 팔레스틴 지방의 여름은
그 기후상 낮에는 바람이 별로 없고 주로 오후 5시 이후의 밤에
내륙에서 지중해 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따라서 타작은 바로 이때 행해졌다.
그리고 타작을 하는 일꾼들은 저녁 내내 일을 하고 나서는
그 타작 마당의 곡식 더미 곁에서 그대로 자는 것이 보통이었다.
팔레스틴의 기후 조건상 여름에는 겉옷만 덮고도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구절의 나오미의 말은 당시의 이러한 타작법의 배경 하에서 나온 말이다.
[룻 3:3] 그런즉 너는 목욕하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입고 타작 마당에 내려가서 그 사람이 먹고 마시기를 다하기까지는 그에게 보이지 말고
▶ 타작 마당 - 추수한 곡식 단을 떠는 장소로 사용되는
'타작마당' (threshing-floors)은 단단하게 다져진 평지를 가리킨다.
즉 로빈슨(Robinson)의 말에 따르면,
주로 노천에서 발견되는 타작마당은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대략 그 반경이 15m 가량이라고 한다.
그리고 타작마당은 대체로 여러 개가 서로 인접해 있다고 한다.
(Keil & Delitzsch,op.cit.p.484).
▶ 먹고 마시기를 다 하기까지 - 보아스가 타작마당에서 먹고 마신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이 있다.
(1) 타작이 끝날 때까지 주인인 보아스가 곡식을 지키기 위해
타작마당에서 밤마다 잠을 잤을 것이다(Hervey, Robinson).
(2) 보아스는 보리 까불릴 때에만 나와서 곡식을 지키기 위해
그 마당에서 잠을 잤을 것이다(Atkinson).
(3) 모든 추수가 필하였을 뿐만 아니라
(2:23 이에 룻이 보아스의 소녀들에게 가까이 있어서 보리 추수와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이삭을 주우며 그 시모와 함께 거하니라)
보리를 전부 까불려 놓았으므로,
그동안 수고한 일꾼들과 함께 연회를 베풀었을 것이다(Matthew Henry).
이러한 주장 중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더 정확한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이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보아스는 베들레헴 성읍에서 유력자이므로,
(2:1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친족 중 유력한 자가 있으니 이름은 보아스더라),
긴 추수기간 동안 밤마다 밖에서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보아스에게는 시종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2:8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며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
굳이 그가 그 타작마당을 지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보아스가 타작마당에 나와 먹고 마신 것은
압살롬이 양털을 깎은 후 연회를 베풀었듯이,
(삼하 13:23 이 주년 후에 에브라임 곁 바알하솔에서 압살롬의 양털을 깎는 일이 있으매 압살롬이 왕의 모든 아들을 청하고)
추수를 마감하는 보리 까부르기를 필하는 밤에
일꾼들과 연회를 베풀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룻 3:4]4) 그가 누울 때에 너는 그 눕는 곳을 알았다가 들어 가서 그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우라 그가 너의 할 일을 네게 고하리라
▶ 그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우라 - 룻에 대한 나오미의 이러한 지시는
일견 부도덕해 보인다.
그러나 '고엘 제도'라는 당시의 히브리 율법에
근거할 때 나오미의 이러한 지시는 지혜롭고 당연했다.
(2:20 나오미가 자부에게 이르되 여호와의 복이 그에게 있기를 원하노라 그가 생존한 자와 사망한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아니하도다 나오미가 또 그에게 이르되 그 사람은 우리의 근족이니 우리 기업을 무를 자 중 하나이니라)
왜냐하면 모세 율법에 근거된 바
당시 고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신 25:7 그러나 그 사람이 만일 그 형제의 아내 취하기를 즐겨하지 아니하거든 그 형제의 아내는 그 성문 장로들에게로 나아가서 말하기를 내 남편의 형제가 그 형제의 이름을 이스라엘 중에 잇기를 싫어하여 남편의 형제된 의무를 내게 행치 아니하나이다 할 것이요).
한편, 이런 점에서 본 구절에 언급된 나오미의 지시가 반드시 룻으로 하여금
보아스와 동침하도록 권유한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나오미가 자신과 룻의 의사를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보아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으리라 추측된다.
한편 나오미가 대담하게 이 방법을 룻에게 추천한 것은
(1) 평소 추수기간 동안 보아스와 룻의 관계를 주의깊게 살펴본 결과
어떤 확신이 나오미에게 섰기 때문일 것이다,
(2) 보아스가 룻에게 상당한 호의와 찬사를 보냈을 뿐 아니라,
(3) 또한 보아스는 유력자이며 동시에 덕망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 그가 너의 할 일을 네게 고하리라 - 모든 계획을 준비한 것은 나오미이다.
그러므로 룻은 믿는 마음으로 시모의 계획에 순종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계획의 결과는 보아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나오미는 룻으로 하여금
보아스에게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이행해 달라고 조르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보아스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길 각오였다.
즉 나오미의 의도는 누구 보다도
'고엘 제도'에 관한 모세 율법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레 25:24-25 너희 기업의 온 땅에서 그 토지 무르기를 허락할지니
25) 만일 너희 형제가 가난하여 그 기업 얼마를 팔았으면 그 근족이 와서 동족의 판 것을 무를 것이요;
신 25:5-10 형제가 동거하는데 그 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가지 말 것이요 그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취하여 아내를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
6) 그 여인의 낳은 첫 아들로 그 죽은 형제의 후사를 잇게 하여 그 이름을 이스라엘 중에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니라
7) 그러나 그 사람이 만일 그 형제의 아내 취하기를 즐겨하지 아니하거든 그 형제의 아내는 그 성문 장로들에게로 나아가서 말하기를 내 남편의 형제가 그 형제의 이름을 이스라엘 중에 잇기를 싫어하여 남편의 형제된 의무를 내게 행치 아니하나이다 할 것이요
8) 그 성읍 장로들은 그를 불러다가 이를 것이며 그가 이미 정한 뜻대로 말하기를 내가 그 여자 취하기를 즐겨 아니하노라 하거든
9) 그 형제의 아내가 장로들 앞에서 그에게 나아가서 그의 발에서 신을 벗기고 그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이르기를 그 형제의 집 세우기를 즐겨 아니하는 자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할 것이며
10) 이스라엘 중에서 그의 이름을 신 벗기운 자의 집이라 칭할 것이니라)
덕망있는 보아스의 결정에 모든 일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나오미가 룻을 믿듯이,
보아스 또한 믿었다는 뜻이 된다.
결국 나오미의 이러한 믿음의 확신이 조만간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
[룻 3:5] 룻이 시모에게 이르되 어머니의 말씀대로 내가 다 행하리이다 하니라
▶ 다 행하리이다 - 당시 히브리 사회에서는
율법으로서 '계대 결혼'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었지만,
(1:11 나오미가 가로되 내 딸들아 돌아가라 너희가 어찌 나와 함께 가려느냐 나의 태중에 너희 남편될 아들들이 오히려 있느냐)
그러한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의 가난한 과부가
베들레헴 성읍에서 소문난 부자인 동시에 덕망있는 보아스에게
밤에 잠자리로 찾아가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심지어 룻이 아무리 보아스를 마음속으로 연모했을지라도
여자로서 남자에게 먼저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룻은 시모의 말에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말씀대로 다 순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면면(面面)이 곧 평소 시모를 공경하는
룻의 효성의 발로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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