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3일 수요일

내가 너희 앞에서 심문하였으되 너희가 고발하는 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고

  

빌라도의 2차 심문

 

성 경: [23:14-25] 이르되 너희가 이 사람이 백성을 미혹하는 자라 하여 내게 끌고 왔도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심문하였으되 너희가 고발하는 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고

15)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그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보라 그가 행한 일에는 죽일 일이 없느니라

16) 그러므로 때려서 놓겠노라.

 

 

 

[23:14] 이르되 너희가 이 사람이 백성을 미혹하는 자라 하여 내게 끌고 왔도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심문하였으되 너희가 고발하는 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고

 

너희가 이 사람이 백성을 미혹하는 자라 하여 내게 끌고 왔도다 - 빌라도는

입회한 모든 이들에게 그것을 확인시키고 있는데

고소 이유는 2절에서 고발자들이 언급한 세 가지 고소 이유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백성을 미혹한 죄이다.

 

즉 백성들을 거짓으로 속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독특한 것은 3절에서 빌라도가 문제시한 것은

'유대인의 왕이냐?'하는 문제였는데

여기서는 백성을 현혹시킨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왕에 대한 문제는 이미 자신이 무죄 판결을 내렸고

헤롯도 그 판결에 사실상 동의했다는 점에서

고발자들이 제시한 다른 죄목을 다루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심문하였으되 - 누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독특한 강조법

'보라'(이두)로 말을 시작하고 있다.

 

한편 '심문'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나크리노'

기소 중인 죄수를 법적으로 심사한다는 의미의 법정 용어이다.

 

(고전 9:3 나를 비판하는 자들에게 변명할 것이 이것이니).

 

빌라도는 입회인들에게 예수를

공개적으로 심문했던 사실(3)을 상기시키고 있다.

 

(3빌라도가 예수께 물어 이르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 말이 옳도다)

 

즉 이 말은 4절에서 언급된 자신의 무죄판결을 다시 확인시켜줌과 아울러

이제까지의 재판 과정을 사실대로 입회인들에게 열거하여

앞으로 있을 판결에 참고하라는 암시이다.

 

(4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무리에게 이르되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 죄가 없도다 하니)

 

대제사장들과 관원들과 백성을 불러모으고 - 헤롯으로부터

예수를 넘겨받은 빌라도는 다시 분명한 판결을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각계각층의 사람 모두를 동원시킨 듯하다.

 

즉 종교 지도자인 대제사장들과, '관원'이라고 표현된 일반 공직자들,

즉 관료 행정적인 지도자들(아르콘)

그리고 일반 '백성'(라오스)을 불러 모으고 공식 재판을 열 채비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입회하도록 한 것은

자신의 판결이 공정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인식시키고

판결 뒤에 올지 모르는 잡음을 없애고자 하는 빌라도의 숨은 의도인 것으로 보여 진다.

 

 

[23:15]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그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보라 그가 행한 일에는 죽일 일이 없느니라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그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 이 구절은

원문상 8-10절에서 언급된 내용을 전제로하여

'너희들이 헤롯에게로 가서 예수가 죄없음을 확인하였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8-10헤롯이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니 이는 그의 소문을 들었으므로 보고자 한 지 오래였고 또한 무엇이나 이적 행하심을 볼까 바랐던 연고러라

9) 여러 말로 물으나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10)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서서 힘써 고발하더라)

 

빌라도는 자신의 객관적 판단에 비추어 볼 때

예수를 선동가, 내지는 모반 지도자로, 선고 할 증거가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그러한 판결이 초래할지도모를

만일의 사태를 염려하여 헤롯을 끌어들이고 있다.

 

보라 그가 행한 것은 죽일 일이 없느니라 - 빌라도의 최종 판결은 역시 무죄였는데

4절에서 내렸던 무죄 판결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자칭 왕이라는 문제에 대한 판결 때에는 무죄 사실을 분명히 선포한데 반해

여기서는 백성을 미혹케한 죄를 언급하면서

사형에 해당되는 죄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예수 살해를 주도하는 세력들을 의식한 타협적 자세를 제시한다.

 

 

[23:16] 그러므로 때려서 놓겠노라 - 빌라도가 제시한 타협안은

채찍으로 때린 후 석방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빌라도의 결정은 고소를 해온 대제사장과 그 일파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이 문제를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였다.

 

어쨌든 빌라도는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예수를 석방시키려고 노력하였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그는 죄 없는 자를 벌함으로서

로마의 영광인 공정을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하는

재판관으로서의 기본적인 공정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편, 네 차례의 석방 노력이란

 

(1) 이 고소는 종교 문제이니 유대인들에게 해결하라고 했던 점.

 

(18:31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가 그를 데려다가 너희 법대로 재판하라 유대인들이 이르되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없나이다 하니;

 

19:6-7 대제사장들과 아랫사람들이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노라

7)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그가 당연히 죽을 것은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

 

(2) 이 사건을 헤롯에게로 넘기려 했던 점.

 

(7헤롯의 관할에 속한 줄을 알고 헤롯에게 보내니 그 때에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더라)

 

(3) 유월절 특사(特赦) 대상으로 추천한 사실, 그리고

 

(15:6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요구하는 대로 죄수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4) 태형만 내리고 석방하겠노라고 제안한 점이다.

 

 

[23:18]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 빌라도의 석방 제안에 대한 고발자들의 반응은

격양된 아우성으로 터져 나왔다.

 

여기서 언급된 '무리'13절에서 언급된 바처럼

빌라도가 모이게 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고발자인 대제사장 일파들인 것으로 보인다.

 

27:20과 막 15:11에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무리들을 권하고 충동질하여 무리들이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언급된다.

 

(27:20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무리를 권하여 바라바를 달라 하게 하고 예수를 죽이자 하게 하였더니;

 

15: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 무리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 것에 반해 그들의 요구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한 것이어서 미리 준비된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대제사장들의 충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마가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15: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하면서 예수는 죽이라고 외치는 이같은 요구는

대제사장들이 오랫동안 노려왔던 욕심이었다.

 

(19:47 예수께서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니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꾀하되;

 

20:19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이 예수의 이 비유는 자기들을 가리켜 말씀하심인 줄 알고 즉시 잡고자 하되 백성을 두려워하더라;

 

22:2-6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무슨 방도로 죽일까 궁리하니 이는 그들이 백성을 두려워함이더라

3)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가니

4)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 줄 방도를 의논하매

5) 그들이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언약하는지라

6) 유다가 허락하고 예수를 무리가 없을 때에 넘겨 줄 기회를 찾더라).

 

여기서 누가는 무리들이 바라바를 석방하라는 제안을 먼저 한 것으로 묘사하는데

마태는 빌라도가 예수를 석방시키기 위해

명절 때마다 죄인 하나를 놓아주던 관례를 적용하고자 제안한 것으로 언급한다.

 

(27:17 그들이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물어 이르되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하니).

 

죄수 석방에 대한 결정권은 로마 총독에게 있었기 때문에

빌라도가 먼저 제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빌라도는 모인 무리들이 바라바와 같은 살인범을 석방하라고 외치기보다는

차라리 예수와 같은 선량한 자의 석방을 선택하리라고 내심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산헤드린에서 파송된 유대교 지도자들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군중 심리를 자극하여 그들의 목적을 달성해내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